박우철씨(44)는 자신의 홈페이지(iface.pe.kr)에 추모의 글과 함께 직접 그린 캐리커처를 올렸다. 박씨는 “2002년 심장병 어린이를 돕기 위해 개인전을 열며 그린 추기경님의 사진을 최근 손봐서 다시 올렸다. 당시 까만머리로 그렸는데 최근에는 흰머리로 고쳤다”고 말했다.
김수환 추기경에 대한 애도와 추모의 물결이 이어지는 가운데 유명 인사들 이외에 일반 신자들이 김 추기경과 관련된 추억의 사연과 사진을 인터넷에 잇따라 공개하고 있다.
추기경을 만났던 보통사람들이 사제로서의 전 생애를 통해 우리 사회 곳곳에 따스한 손길을 내밀었던 김수환 추기경에 대한 기억과 추억을 쏟아낸다.
김 추기경의 추모 홈페이지(web.pbc.co.kr/legacy/event/cardinal_ksh)에는 18일 밤 현재 570여편의 추모글이 올라왔다. 김 추기경과 한 병원에 입원했던 황일주씨는 ‘손녀딸 일주 드림’이란 애틋한 추모글을 올렸다.
그는 “3년 전 저는 할아버지께 선교의 안수를 청했고 당신은 제게 안수해주셨습니다. 그날 하느님과 당신께 드린 약속을 기억합니다”라며 “2006년 한여름 노쇠한 몸으로 저의 병실을 찾으셨을때 ‘이 더위에 왜 오셨어요’라고 물으니 ‘집에 있으면 안덥나? 기도하자. 나도 기도할테니 너도 기도해야 한다’고 하시던 할아버지…한 손녀에게도 이토록 충실하신 당신의 마음은 몇 천개 몇 만개일는지요? 당신은 이미 예수님의 마음이셨습니다”라고 회고했다.
김수환 추기경의 홈페이지(cardinalkim.catholic.or.kr)에 마련된 ‘추억의 앨범’ 코너에서도 고인의 숨겨진 면모를 볼 수 있다. 김미화씨(56·여)는 1969년 고등학생 시절 천주교의 청소년캠프를 방문한 김 추기경이 써준 메모를 공개했다. 빛바랜 메모에는 “장마에도 끝이 있듯이 고생길에도 끝이 있단다. 김수환 추기경”이라고 쓰여 있다. 김씨는 “장마로 텐트 속에서 자다가 새어 들어오는 빗물 때문에 서서 밤을 새우곤 했었는데 그때 오신 추기경님께서 비에 젖고 찢어진 메모지에 적어주신 글입니다. 항상 마음에 간직했던 글귀였습니다”라고 소회를 밝혔다.
오동춘씨는 2004년 12월 김 추기경이 강남 성모병원에서 손수 번역한 <독일 어떤 노인의 시>를 읽고 있는 사진을 올렸다. “늙음의 무거운 짐은 하느님의 선물/ 오랜 세월 때묻은 마음을 이로써 마지막으로 닦는다./ 참된 고향으로 가기 위해/ 자기를 이승에 잡아두는 끈을 하나씩 하나씩 풀어가는 것.” 시의 한 구절이다.
홍승준씨는 2006년 성북동 성가정입양원을 방문한 김 추기경이 아이들을 축복하는 사진을 올리며 “아기를 사랑하시는 추기경님, 아이마다 축복을 주셨답니다”고 글을 덧붙였다. 고인은 갓난아기들이 해외에 입양되는 것을 안타까워 하면서 89년 국내입양기관인 성가정입양원을 만들었다.
고인이 생전에 사용했던 안경 5점. 너무 오래 사용해 안경테가 군데군데 부러져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박우철씨(44)는 자신의 홈페이지(iface.pe.kr)에 추모의 글과 함께 직접 그린 캐리커처를 올렸다. 박씨는 “2002년 심장병 어린이를 돕기 위해 개인전을 열며 그린 추기경님의 사진을 최근 손봐서 다시 올렸다. 당시 까만머리로 그렸는데 최근에는 흰머리로 고쳤다”고 말했다.
천주교 신자들의 인터넷 카페 ‘사랑의 향기마을’(cafe.daum.net/lovesmelltown)에도 김 추기경에 대한 추도글과 추모 자작시 등이 쇄도하고 있다. 명동성당에서 봉사활동을 하며 김 추기경과 연을 맺은 김미자씨는 “추기경님은 매년 성탄미사 전 어렵고 쓸쓸한 시설에 가서 먼저 미사를 드린 후 명동성당 대성전에서 미사를 드렸다”며 “늘 어려운 사람을 가슴에 품고 사셨던 분이었다”고 전했다.
한편 천주교 서울대교구 김수환추기경 장례위원회는 18일 오후 추기경이 은퇴 뒤 거처로 사용한 서울 혜화동 가톨릭대학 성심교정(신학대학) 주교관과 도서관, 박물관에 보관돼 있는 유품을 공개했다. 오랫동안 사용해 낡고 빛바랜 의복, 신발, 안경 등 김 추기경의 유품에는 평생을 소박하고 검소하게 살다 간 그의 삶이 그대로 묻어났다. 신도들과 아이들에게 받은 열쇠고리 하나도 빼놓지 않고 모아뒀다. 자폐증을 앓고 있는 김선미씨가 김 추기경을 그려 선물한 크레파스화는 김 추기경이 가장 애지중지했다고 한다.
가톨릭대학교 변종찬 교학부처장은 “추기경님은 작은 것 하나도 함부로 버리는 일이 없었다”며 “이렇게 오래되고 소박한 제구들을 보면 참된 사제의 삶이 무엇인지 되돌아보게 된다”고 말했다.
<이영경기자 samemind@kyunghyang.com>